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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

당신이 옳다: 공감을 가로막는 방해물

by lee lala 2021. 8. 10.

당신이 옳다 / 정혜신 지음

 

감정에 대한 통념

이전 포스팅에서 언급한 것처럼 공감이란 감정을 온전히 인정하는 경험입니다. 그런데 감정에 대한 여러 가지 통념들이 이러한 공감을 어렵게 만들기도 합니다.

 

우선, 감정을 드러내는 것을 '미성숙'한 행동이라 일축하는 것은 문제가 됩니다. 이런 분위기에 익숙해지면 감정을 부끄러운 것이라 여기고 점점 숨기게 됩니다. 그리고 감정을 숨기는 데 익숙해지다 보면, 실제로 가져야 할 감정들이 무뎌지기도 합니다.

 

감정을 이성을 통해 통제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또한 잘못된 생각입니다. 감정이 이성의 지배 하에 있다고 여기는 것입니다. 특히나 부정적인 감정은 더욱더 억제하고 통제하려 듭니다. 하지만 부정적 감정은 자기 존재의 핵심으로 다가가라는 신호이며, 그동안 오랜 시간 자신을 돌보지 않았다는 신호이기도 합니다. 이 신호를 무시하는 것은 삶을 성찰할 수 있는 기회를 버리는 것과 같습니다.

 

감정이 거세된 인생은 존재의 죽음과 맞먹는다고 합니다. 자신의 감정을 뒤로 미룰수록 더욱더 자기 존재에서 멀어지게 됩니다. "한 사람이 제대로 살기 위해 반드시 있어야 할 스펙이 감정이다."라고 저자가 강조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개인의 정체성이 무시되는 사회

개인의 개별성을 무시하는 분위기 또한 깊은 공감을 방해합니다. 이런 상황이 벌어지는 이유는 첫째, 개인이 가진 기능에만 집중하는 사고방식 때문입니다. 우리 사회는 개인 고유의 정체성보다는 그가 가지고 있는 기능적 역할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학생은 이래야 한다', '부모는 이래야 한다'와 같은 생각이 기능적 역할에 중점을 둔 사고방식입니다. 이렇게 역할에만 집중하다 보니 개개인의 특성에 대해서는 무관심해져 갑니다. 이러한 집단적 시선은 입체적인 한 사람을 평면적인 인물로 만들어 버립니다. 개인 정체성은 무시되고 집단 정체성만 주목받는 것입니다.

 

둘째, 유형과 조건으로 사람을 판단하는 습관 또한 개인의 정체성을 희미하게 만듭니다. 이는 사람을 평가할 때, 특정 기준 하에서 4~16가지 정도의 종류로 묶어 판단하는 것입니다. 물론 이런 사고방식은 관계에 대한 이해도와 예측력을 높인다는 이점이 있습니다. 또 낯선 사람을 만날 때의 불안을 줄이고, 그때의 심리적 피로감을 최소화시켜주기도 합니다.

 

하지만 상대를 일정한 유형에 편입시키고 이것으로 모든 것을 판단했다고 믿는 것은 문제입니다. 유형적 특성 외의 것들은 더 이상 알아보려고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한 사람의 개별성, 고유성을 놓치게 되는 것입니다.

 

 

공감을 망치는 대화법

이에 더해 공감을 방해하는 여러 가지 대화들도 넘어야 할 장애물입니다. 첫째, 진정한 사과가 없는 대화입니다. 상처 준 상대와 대화를 하고 싶다면 사과를 먼저 해야 합니다. 저자는 "온 체중을 실어 사과해야 한다"라고 책을 통해 이야기했습니다. 온 진심을 다해 사과해야 대화의 물꼬를 틀 수 있다는 것입니다.

 

사과를 하지 않으면 내가 자신의 속마음을 이야기할 수 있는 대상인지 당사자는 확신할 수가 없습니다. 오히려 섣불리 상처에 대해 이야기하다가 더 상처 받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입니다. 사과는 진심을 말해도 괜찮은 사람이라고 느낄 때까지 해야 합니다. '내 편이다'하는 안정된 공감대가 있어야 하는 것입니다. 

 

둘째, 충조평판을 하지 말아야 합니다. 우리의 대화가 주로 충조평판으로 이루어지는 이유는, 모든 대화에 충조평판을 제외하고 말해본 경험이 많지 않기 때문입니다. 때문에 꼭 말을 해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는 것이 좋습니다.

 

충조평판은 이로울 게 없습니다. 충조평판을 다른 말로 하면 '바른말'입니다. 아무리 좋은 의도로 말했을 지라도 이런 대화방식은 상대의 내면에 닿지 않습니다. 공감이란 단순히 방법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당사자 스스로가 자신의 길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계몽과 훈계는 일방적인 폭력이라고 저자는 이야기합니다. 상처만 남기는 대화라는 것입니다. 저자는 이렇게 말합니다. "공감이란 나와 너 사이에 일어나는 교류지만, 계몽은 너는 없고 나만 있는 상태에서 오는 일방적인 언어다." 

 

셋째, 칭찬도 필요하지 않습니다. 입에 바른 립서비스도 존재에 닿지 않습니다. 공감은 성과에 대한 반응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만약 그 존재에 대해 인정해주고 싶다면 성과나 외적인 것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보다, 그 자신이 스스로 한 노력에 대해 반응하는 것이 더 상대를 위한 행동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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