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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

당신이 옳다: 사라져가는 '나'를 살리는 공감

by lee lala 2021. 8. 8.

당신이 옳다 / 정혜신 지음

 

 

외면받는 '자기 존재'

진심으로 누군가의 '존재'에 관해 관심이 있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요? 개인의 영역이 중요해진 사회적 분위기 때문도 있지만, 자신 하나 챙기기도 바쁘다 보니 타인에 대한 관심이 점점 무의미한 일처럼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그런 이유로 누군가의 속마음이나 그만이 가진 고유함은 알아봤자 피곤한 영역으로 철저히 외면당합니다. 애써 관심을 갖더라도 그가 가진 배경이나 소유물을 평가하는 데만 신경을 쏟습니다. 때문에 우리는 타인의 시선에 맞춰 겉모습을 꾸미는 데는 익숙한 반면에, 자기 존재를 그대로 드러내는 것은 어려워합니다.

 

이렇게 겉만 남고 자신은 희미해지는 느낌 아래에서 평온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입니다. 자기 자신이 소거된다는 것은 육체는 살아있지만, 심리적으로는 죽음에 가까워진다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자기 존재'를 인정받는 것에 번번이 실패한 삶은 "배터리가 3% 남은 방전 직전의 휴대전화"와 비슷하다고 저자는 말합니다. 그리고 그런 상황에 처한 사람이 느끼는 감정은 당장이라도 숨이 끊길 것 같은 공포와 같을 것입니다.

 

이러한 공포 앞에 선 사람들은 처절하게 저항합니다. 저자는 "'나'가 희미해질수록 존재 증명을 위해 몸부림친다"라고 표현했습니다. 내가 희미해지는 느낌 앞에서 마지막 반항을 해보는 것입니다. 어떠한 이는 자기 증명을 위해 타인에게 해를 끼치는 행위까지도 스스럼없이 저지르기도 합니다. 좋은 방법으로 자기를 드러내려는 시도가 좌절되면 최악의 방식으로라도 자기 존재감을 세우고 싶기 때문입니다. 이때의 그들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습니다.

 

 

사라져 가는 '나'를 살리는 심리적 CPR

이처럼 내가 사라져 간다는 느낌은 정신적 '응급상황'입니다. 멈춘 심장이나 호흡을 살리기 위한 응급처치인 심폐소생술처럼 심리적 위험에 빠진 사람을 살리고 싶다면 심리적 소생술을 해야 합니다.

 

그 방법으로 저자는 "당신이 옳다"는 문장을 제시합니다. 가장 먼저 '당신의 마음에는 이유가 있을 것'이라는 믿음과 지지를 건네야 한다는 것입니다. 온 마음을 다해 정서적 지지를 해줄 때 비로소 치유가 시작됩니다. 나는 너를 믿는다는 이 메시지를 받은 사람은 그때부터 부정적 감정과 생각을 떨쳐낼 수 있습니다. "자기 존재에 주목을 받은 이후부터가 제대로 된 내 삶의 시작이다"라고 저자가 이야기하는 이유입니다.

 

"당신이 옳다"는 문장을 한 단어로 줄이면 '공감'입니다. 공감이란 마음을 움직이고 치유하는 힘입니다. 그리고 존재에 대한 집중입니다. 공감의 대화는 하면 할수록 자기 자신에 대해 한번 더 되돌아볼 기회를 만들어줍니다. 저자가 이만큼이나 공감을 강조하는 이유는 이것이 부작용은 없으면서도 그 어떤 약보다 강력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공감이란 일상에서 적용할 수 있는 실용적 도움입니다. 저자는 자원이 부족한 지역의 상황에 맞는 효과적이고 효율적인 해결책인 적정기술이라는 개념을 접하고, 마음의 치유에도 적정 심리학이 필요하다 생각했다고 합니다. 저자가 말하는 적정 심리학이란 이론적이고 전문적인 거창한 치료기술이 아니라 실질적 도움이 되는 기술입니다. 

 

 

'공감' 외주화 하지 않기

그런데 저자가 말한 '공감'은 상담전문가나 정신과 전문의가 일반인보다 훨씬 효과적으로 할 수 있는 것 아닐까요? 그런데 저자는 왜 일상의 공감을 강조하는 것일까요? 물론 전문가를 찾아야만 쉽게 해결되는 문제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삶의 고통을 겪고 있는 사람들을 의학적 관점으로 환자라 일관되게 라벨링 하기 전에 고민해야 하는 것들이 있습니다. 

 

아무리 고도의 기술, 지식이 존재한다 할지라도, 상대의 마음을 깊게 들여다볼 수 있는 사람은 결국 그 사람의 치유를 진심으로 바라는 한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전문가적인 것보다 주변인의 진심이 치료에 더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우울증 약봉지 하나보다 존재에 대한 공감의 한마디가 더 필요한 사람들이 있다는 것입니다. 저자는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자격증 있는 사람이 치유자가 아니라 사람을 살리는 사람이 치유자다." 자신의 고통에 관심을 쏟는 한 사람을 통해 상처 받은 당사자는 세상에 대한 신뢰를 회복합니다. 공감을 전달한 그 사람이 '결정적 치유자'가 되는 것입니다.

 

이 책은 치유에 대한 책입니다. 처음 책 표지를 접했을 때, 상처 받아 아픈 마음을 스스로 치유받으라는 이야기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오히려 이 책은 치유자의 입장에서 상처 받은 이를 대할 때 가져야 할 마음가짐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독자에게 적극적으로 타인을 공감하고 수용해보라고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그것을 통해 그들의 마음을 치유하는 치유자가 되길 바란다고 말합니다.

 

심리학자들의 말이나 의료적 전문지식을 최대한 인용하지 않고 그가 겪은 일과 직관을 중심으로 책이 채우려 했다고 합니다. 그만큼 삶 속에서 실천할 만한 것들이 굉장히 많은 책입니다. 많은 분들이 읽어보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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