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움받을 용기
세상에는 '너는 이렇게 행동해야 한다'는 은근한 강요가 존재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저 역시도 갈등을 만들기 싫다는 이유로 그 요구에 맞춰 행동할 때가 많습니다. 사실은 미움 받는 것이 두려워 부딪히기를 습관적으로 회피해왔던 것 같습니다. 이런 습관을 고치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요즘도 종종 다른 사람의 평가에 신경을 쓰길 반복합니다. 저뿐만이 아니라 꽤 많은 사람들이 타인의 기대에 맞추려, 자신의 욕구를 참은 적이 있을 것입니다. 미움받기보다는 차라리 타인에게 맞춰주는 게 낫다고 생각하며, 자신을 재단하려고 노력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아들러는 타인의 기대를 충족시키기 위해 노력할 이유는 없다고 단호하게 말합니다. 그 이유로 첫째, 인간은 모두 대등하기 때문입니다. 사람 사이에는 위계도 없고, 우열도 없습니다. 그렇게 생각하면 타인에게 잘 보이기 위해 무언가를 증명할 필요가 없어집니다.
둘째, 내 인생의 의미는 타인의 평가나 의견으로 정해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내 인생의 의미를 결정하는 데 중요한 것은 오로지 '나'의 생각이라는 뜻입니다. 저자는 아들러의 심리학을 빌려 "우리 인생의 무대에서 주인공은 '나'다"라고 이야기했습니다. 나의 시점으로 만들어 내는 나의 인생이기 때문입니다.
셋째, 타인의 기대에서 자유로울 때 진정한 행복이 찾아오기 때문입니다. 타인의 기대를 충족해야겠다는 강박을 벗었을 때, 우리는 비로소 자유롭습니다. 자유롭다는 것은 선택의 자유, 결심의 자유를 가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즉, 주체적이고 독립적인 삶을 사는 것입니다. 때문에 저자는 책 전반에 걸쳐 홀로서기 즉, 자립을 강조합니다. 미움받아도 내 삶을 살겠다고 결심할 때, 우리는 드디어 주체성을 회복할 수 있습니다. 미움받아도 괜찮습니다. 타인을 실망시켜도 괜찮습니다. 이것이 아들러 심리학이 '미움받을 용기'에 대한 책인 이유입니다.
과제는 각자의 몫이다.
미움받을 용기를 통해, 우리는 자신의 삶을 자유롭게 살아갈 권리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이에 더하여 아들러는 자유의 권리만큼이나 책임 또한 중요하게 다뤘습니다. 자유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아들러 심리학이 '용기의 심리학'이자 책임을 묻는 '엄격한 심리학'이라고 저자가 말하는 이유가 이것입니다.
그리고 그 책임을 다하기 위해, 우리는 자신에게 주어진 '인생의 과제' 앞에서 도망치지 말아야 합니다. 타인에게 자신의 과제를 대신해달라 졸라서는 안된다는 것입니다. 반대로 타인의 과제를 대신해주어도 안 됩니다. 한 인간의 과제는 그 사람만이 풀 수 있기 때문입니다. 나의 삶에 타인이 개입하지 못하게 해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타인의 삶에 지나치게 개입하지 말아야 합니다. 타인 또한 내 삶을 위해 살아가는 부수적인 존재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를 위해서 다음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첫째, 각자의 과제를 분리하는 혜안을 갖아야 합니다. 아무리 가까운 사이라도 타인의 과제를 자신의 것이라 착각하면 안 됩니다. 예를 들어, 지나친 눈치와 배려로 무언가를 먼저 해주는 것 또한 과제 분리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사람이 흔히 하는 실수입니다. 이면에는 그 사람이 자기주장도 못하는 열등한 존재라는 생각이 깔려있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타인의 삶에 미리 참견하여 개입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지나치게 눈치 보고 배려하는 분위기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눈치를 주는 사람도, 받는 사람도 인간관계의 평등함을 깨뜨리기 때문입니다.
아이를 자립심 있게 키우고 싶다면
아들러는 부모와 자녀 사이에 과제 분리를 특히 강조했습니다. 사랑한다는 이유로 부모가 먼저 나서서 아이가 직면한 크고 작은 문제들을 대신 해결해주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그 범위는 단순한 생활 문제에서부터 진로, 결혼까지 넓고 다양합니다. 하지만 아들러는 어떤 것이든 자녀의 과제를 뺏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는 자녀에게 선택의 결말을 체험하게 하라는 조언입니다. 선택에서 결과로 이르는 과정을 개입하지 않고 지켜봐야 합니다. 즉, 아이 스스로 선택에 책임을 지게 하는 것입니다. 물론 자녀가 실패할까 두려워하는 마음이 드는 것은 당연합니다. 하지만 결국 자존감에 도움이 되는 것은 자기 스스로 과제를 해결해보고자 노력해본 경험에서 나옵니다.
이때 중요한 것은 자녀를 방임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아이가 도전하는 과정을 멀리서 관찰하되, 필요에 따라서는 개입을 해야 합니다. 안전상 문제가 있는 것, 타인(세상)을 불신하게 만드는 것은 결말을 체험하게 하지 않도록 사려 깊은 도움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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